5YEARS,
세상이 침묵 속에 잡아먹힌 듯 조용했다.
잠에서 깬 아이는 멍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창 밖은 오렌지색이었고 낮에 자장가를 부르던 호즈미가 떠올랐으나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그녀는 그 자리에 없었다. 엄마를 찾던 아이가 서툰 걸음마로 방을 돌아다니다 울음을 터트릴 즈음 방문 너머로 조곤조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히나타는 그게 제가 익히 들어왔던 목소리임을 깨닫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부모의 말 대부분을 아직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들려오는 목소리는 제게 익숙한 것이어서 다가오는 밤조차도 히나타에게 무섭지 않았다.
그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대충 이러이러했다. 인상, 잠, 괜찮아, 호즈미. 그 중에는 몇 번 히나타, 자신의 이름도 있었다.
호즈미, 안 힘들어? 오늘은 그래도 좀 일찍 잠들어서 괜찮아. 조금 있으면 저녁 차리는데 먹고 싶은 거라도 있어? 자기가 제일 잘하는 걸로. 그대신 다 먹어야 해. 알았어. 그 이후 잠시 조용해지나 싶더니 다시 와타루가 그녀에게 말을 건다. 그나저나 호즈미. 왜? 아이는 금방금방 자란다잖아. 그 말에 호즈미는 생각하듯 말을 멈춘다. 응, 아이는 부모도 모르는 새에 훌쩍 자라버려. 그녀는 남편을 부른다. 있잖아, 와타루. 나는 지금이 좋아. 다른 건 더 생각하지 말자. 응, 그래.
둘의 대화는 결국 기다리다 못한 아이가 울음을 터트릴 즈음에야 끝을 맺는다. 아, 호즈미가 야채를 꺼내다가 황급히 방 안으로 들어선다. 응, 그래 엄마가 미안해. 호즈미는 품이 넉넉한 소매를 접고 아이를 조심스럽게 안아올렸다. 그녀는 조심스레 어르고 달랜다. 부엌이 어느새 소란스러워진다. 결국 와타루가 호즈미에게서 아이를 받아든다. 히나타는 내가 돌볼 테니까. 응, 부탁해.
여느 집과 다름없이 탁탁 끓이고 튀기는 소리가 들린다.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다.